중국부동산 시장의 키워드가 지난해 ‘거시조정’에서 올해는 ‘임대주택’으로 바뀐다고 신화망(新华网) 등 언론매체들이 보도했다.
지난해 부동산시장은 역대 가장 강력한 정책조정으로 시장 안정에 주력해왔다. 시진핑 주석의 '주택은 거주하기 위한 것이지 투기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2017년 부동산정책의 향방을 결정한 것이다.
정부는 주택 구매자의 대출비율을 대폭 줄이고 주택구매 조건을 까다롭게 해 구매를 제한하는 등 규제정책을 시행했다. 지난해 말 기준 54개 도시들이 규제정책을 실시하고 120여개 부서에서 부동산 관련 조정정책을 쏟아냈으며 한해동안 발표된 거시조정 정책만 250회에 달했다.
또 주택구매 제한 정책을 적용한 도시가 48개, 발표된 구매제한 정책이 129개, 대출제한 정책이 169개, 주택대출 기록만 있으면 무조건 2주택 구매자로 확정하는 '런팡유런다이(认房又认贷)' 정책을 시행한 도시가 15개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서도 부동산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1선도시들은 더욱 강력한 규제정책들을 시행했다. 해당 도시에 호적을 둔 구매자에 대해서는 가구 단위로 주택 2채까지만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싱글은 주택 한채만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제했다. 외지 구매자의 경우 연속 5년동안 해당 도시에서 사회보험금을 납부한 기록이 있어야만 구매자격이 주어진다.
이와 동시에 돈줄 죄이기도 계속됐다. 은행대출 비율을 축소해 구매자의 자기보유자금 부담을 가중시킨 것이다. 상하이의 경우, 주택대출을 받은 적이 없고 현재 보유 중인 주택이 없는 경우에만 최고 65%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보유중인 주택이 없어도 만일 과거에 대출을 받은 적이 있다면 똑같이 2주택자로 분류돼 보통주택 구매 시에는 대출 50%, 비보통주택 구매 시에는 30%의 대출만 가능하다.
살고 있는 집을 팔고 다른 집을 사려고 해도 2주택 구매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든든한 자기자본금을 보유하지 않은 경우라면 '갈아타기' 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같은 거시조정에 힘입어 지난해 부동산 가격 및 거래량 성장률은 모두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2월 기준 중국의 분양주택 누적 판매면적은 14억 4788만7700평방미터였고 판매총액은 11조239억5100만위안으로 동기대비 각각 5.3%와 11.3%의 성장에 그쳤다. 그 전해에 22.4%와 36.1% 각각 성장한 것에 비해 성장률이 크게 둔화된 것이다.
70개 도시의 신규분양주택 가격은 동기대비 5.8% 성장했으나 그 전해에 비해서는 성장률이 5%p 둔화됐다. 특히 1선 도시의 경우 동기대비 0.7%의 성장에 그쳐 그 전해에 비해 26.5%p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선 도시들도 가격이 동기대비 하락했다.
중국은 지난해 정책키워드인 ‘거시조정’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한편 올해는 ‘임대시장 발전’을 핵심 키워드로 정부 주도의 임대주택 공급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베이징은 집체건설용지(集体建设用地)에 임대주택을 건설해 장기임대로 발전시킬 계획을 발표했고 상하이도 올해 임대주택 건설을 확대해 신규 및 임대전환 주택규모를 20만채, 보장형 임대주택을 5만5천채 늘리기로 했다. 또 은행권에서도 주택임대 관련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정부주도의 임대주택은 임대료가 안정적이고 장기 임대가 가능한 등 우점이 있어 1~2선 도시로 유입되는 외래인구들의 거주고민을 덜어줄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분양에만 몰리던 구매자들을 임대로 분산시킴으로써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시급한 문제점은 유동인구 대비 임대주택 공급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이다. 중국의 주택임대자는 1억9천만명으로 예상되며 시장규모는 1조위안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쥐그룹(易居企业集团) 딩주위(丁祖昱) CEO는 "시장수요는 합리한 가격대의 임대주택에 집중돼있지만 공급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상하이이쥐부동산연구원(上海易居房地产研究院)이 상하이와 선전 두 도시 임대시장 수요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월 임대료 3,000위안미만의 임대주택 수요가 26.4%인데 반해 공급은 11.9%에 불과했고 임대료 3000~6000위안은 수요자가 51%인데 반해 공급은 39.6%로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반해 월 임대료 6000위안 이상의 임대수요는 22.6%에 불과하나 공급은 48.5%에 달하는 등 심각한 불균형을 나타냈다.
임대와 구매 시장 공동발전이라는 키워드 속에 부동산시장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쉬후이그룹(旭辉集团) 이사장은 “개발상이 집값 오르기를 기다리며 주택개발을 늦추거나 신규 분양주택의 분양시기를 늦추는 등 현상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집값이 반드시 오를 것이라는 자신감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높은 가격으로 토지를 양도받은 중소규모 부동산업체들은 이미 곤경에 처했다”고 말했다.
화동사범대학 장융웨(张永岳) 교수는 “앞으로 부동산시장은 임대주택, 보장형 주택, 분양주택 등 다양한 공급형태로 인해 저소득층, 중산층, 고소득층의 수요를 두루 만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선전부동산연구센터 리위자(李宇嘉) 연구원은 “임대주택이라는 선택이 더 주어지면서 사람들은 더이상 분양주택에 몰리지 않아도 된다”면서 “부동산투자도 억제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대주택’의 지원사격으로 주택이 단순 거주라는 본연의 목적을 찾아갈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Savills(第一太平戴维斯)는 ‘중국 부동산의 안정성은 여전히 높다’는 보고서를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그 주장을 뒷받침할 이유로는 높은 예금율과 낮은 부채율을 들었다.
중국의 예금율은 가처분소득의 36% 정도로, 집값 상승에서 일으키는 역할이 채무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부동산의 가치보존 특성때문에 자본은 부동산시장으로 향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가구의 부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는 점도 들었다. 2016년 기준 중국의 1인당 평균 부채율은 2만달러로 일본(13만4천달러)이나 미국(14만5300달러)에 비해 훨씬 낮다. 중국 가구의 경우 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4%이지만 미국은 80%, 기타 선진국은 평균 74%로 높은 수준이다.
윤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