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택도시농촌건설부(이하 주건부)가 입법을 통해 주택 임대인의 권리 의무를 명시하고 이들의 합법적 권익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화망(新华网)은 그동안 불법 중개상(黑中介), 재임대(二房东), 불공정 갑질 조약(霸王条款), 임대료 임의 인상, 임대 사기, 보증금 반환 문제 등 임대 시장에 다양한 문제가 존재해왔다고 26일 보도했다.
실제로 베이징에 사는 판(潘) 씨는 최근 임대 계약 만료 후 보증금 문제로 집주인과 분쟁이 생겼다. 집주인이 집을 청소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판 씨의 보증금 중 500위안(8만원)을 임의로 차감했기 때문이다. 판 씨는 기존 계약서에는 해당 조항이 없다며 항의했지만 결국 돌려받지 못했다.
판 씨는 “매번 집주인과 보증금 문제로 분쟁이 일어난다”며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집주인은 법적 구속에서 자유로운 반면 임대인은 권리 보호가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일은 임대료 임의 인상, 갑질 조약과 함께 임대 시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중국 주택임대시장 제도와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미성숙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임대 시장의 미성숙함이 대다수의 사람들이 부동산 구매에 매달리게 되는 주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중국 당국은 주택 임대 관리 조례를 발표하며 공개적으로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법적 수단을 이용해 임대 시장의 혼잡을 바로잡고 규범화시키려는 목적에서다. 최근 광저우시는 ‘주택 구매인과 임대인의 동등한 권리(租购同权)’를 통해 조건에 부합하는 임대인 자녀에게 주변 지역 취학권을 주는 등의 공공 서비스 권익을 확대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 주건부는 “향후 입법을 통해 주택 임대인의 권리와 의무를 명시, 이들의 권익을 합법적으로 보장할 것”이라며 “안정적인 임대료, 임대 기간 등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 임대인의 기본 공공서비스 이용 측면에서 주택 구매자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사범대학 정법학부 추이쥔제(崔俊杰) 부교수는 “정부의 ‘집은 거주 목적이어야지 투기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房住不炒)’ 정책 방침의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주택 구매인과 임대인의 권리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두 권리를 동등하게 하기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더 나아가 집주인과 임대인이 동등한 법적 지위에서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게 ‘거주 목적의 집’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