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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술칼럼> 죽어서도 부동산의 노예가 되다 (조회:526추천:227) 2009-06-20 23:40:29
작성인: 김형술    트위터로 보내기페이스북으로 보내기

중국의 큰 명절인 춘절시즌이 지나갔다. 중국에는 춘절을 필두로 하여 크고 작은 명절이 존재하는데 그 중 앞으로 찾아올 명절 중에 청명절이 있다. 청명절은 중국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명절로 4월4일에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하고 벌초를 하는 날로 우리나라의 경우 추석 때 하는 성묘와 벌초를 중국에 경우 시기만 틀리게 하여 4월4일 청명절에 한다고 이해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가 보지 못하였고 하기 힘든 사각지대에 놓인 부동산 투자 중에서 부동산 투기의 막장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인들의 묘지(납골묘지)투기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팡누(房奴, 집의 노예) '에서 `무누(墓奴, 묘지노예)'로
부동산을 용도에 따라 분류해보면 주택과 같은 주거용 부동산, 상업시설인 상업용 부동산, 공장 등의 공업용부동산, 임야, 초지와 같은 농업용 부동산 그리고 묘지, 교회, 골프장 같은 특수용 부동산이 있다. 묘지는 부동산 용도에 따라 나누면 특수 부동산에 해당된다. 우리교민의 경우 부동산 이외에 투자상품으로 골프회원권에 꾸준히 투자해왔다면 한족들은 우리 시선 밖에 있는 묘지투자를 해왔다.

3년 전 만난 장모씨의 예를 들면 부동산 기업의 경리로 근무하면서 가족용 묘지를 장만하기 위해 매달 8천위엔씩 모으고 있었다. 월수입의 절반에 해당하는 돈이다. 나머지8천위엔으로 자녀의 학비며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빠듯하기는 하지만 그는 1년만 더 모으면 가족 묘지를 살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도시지역 묘지는 ㎡당 7천∼1만3천위엔을 호가한다. 이 정도면 웬만한 아파트 가격이다. 값도 매년 5∼20%씩 주택보다 더 가파르게 오른다. 장씨의 말로는 특별한 거래세도 없고 주택보다 가격이 더 오르고 여차하면 본인이 이용(?)하면 되는 최고의 투자상품 이라는 것이다. 장씨의 말은 사후(死后)에 살집을 미리 구매해놓아 집 걱정 없어 좋고 현실세계에서는 필요하면 환금해서 현금을 만들기에는 부동산보다 더 좋다는 이야기이다.

이제 좀 더 자세히 그들이 묘지 투자를 하게 된 배경과 내용을 살펴보자. 중국의 장례 역사부터 살펴보면 1933년에 중국남경 금릉대가 전국 22개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당시 중국 묘지의 총 면적이 10만 3천㎢로 남한 면적보다 넓었다고 한다. 이렇게 중국 대륙이 거대한 묘지로 변해가자 이후 마오쩌둥(毛泽东)이 문화혁명 이전인 1956년 화장법을 제정해 장묘문화혁명을 시작하였고 이후 저우언라이, 후요방, 덩샤오핑주석 등이 차례로 화장을 하여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이로 인해 개혁개방이전까지 화장이 일반적인 장례문화로 정착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 부유층들이 생기면서 풍수가 중요시되었고 조상의 묘를 안장할 명당을 찾아 나서기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전통적인 장묘방식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특히 부유층들의 장묘 선호도는 부의 축적과 정비례하였고 장례비에서도 호화스러움의 극치를 보여 주었는데 장례비만 우리돈으로 몇 십억씩이나 되었다. 특히 풍수전문가들이 인정한 땅의 경우 구입하기도 여의치 않다고 하니 명당에 대한 그들의 욕구가 묘지의 가격을 부풀게 한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후 부작용들이 속속 생겨나기 시작하였는데 묘지 판매가 돈이 되자 묘지 개발상들이 생겨났고 일반인들에게 묘지를 분양해 큰 차액을 챙겨 투기를 조장하였고 인터넷에서 묘지판매 전문사이트가 등장하여 일반인들이 묘지를 사서 되파는 묘지투기가 성행하였으며 심지어 유골을 유괴하여 가족에게 몸값을 요구하는 死者유괴도 기승을 부렸다. 이로 인해 작년에 중국정부는 부동산투기 제한정책을 발표하기 앞서 묘지투기제한정책의 일환으로 `장례관리조례'수정안을 발표해 한 장의 사망증서로 한기의 묘지만 구입 할 수 있도록 하여 산사람이 묘지투기를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 기세는 다소 줄어 들었다. 그러나 부모의 묘를 호화롭게 꾸며야 효도를 제대로 했다고 생각하는 중국인의 전통 관념도 한몫 거들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묘지 가격이 부동산가격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나날이 상승하고 있는 실정이다.

집 한칸 장만하기 위해 팡누(房奴)가 되었는데 죽어서도 무누(墓奴)가 되어 부동산의 노예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중국인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상하이에 사는 우리교민, 교포만큼은 팡누와 무누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공인중개사 / 김 형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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