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집 여러 채를 사 두고 누워서 월세를 챙길 수 있는 ‘집주인(包租婆)’은 수많은 중국 직장인들의 로망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선 도시 다수 집주인들이 장기간 빈 집으로 월세를 1000위안(18만원) 낮게 내놓는 등 곤경에 처했다고 9일 제일재경(第一财经)이 보도했다.
실제로 상하이의 한 집주인은 “이 추세가 계속되면 연간 임대료 수입이 2만 위안(370만원)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 루자주이(陆家嘴) 중심지와 불과 2km 거리의 50평방미터 집을 보유한 줘(左) 씨는 과거 6500위안(120만원)의 월세를 받아 1년에 7만 8000위안(1400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세입자가 이사를 간 뒤로 최근까지 집은 비어 있는 상태다.
그는 “예전에는 집 위치가 좋아 비어 있었던 적이 없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앞서 월세를 500위안(9만원) 낮게 내놓았는데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500위안 추가로 내려 월세가 5500위안(100만원)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임대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은 줘 씨만이 아니다. 지난 하반기 들어 다수 상하이 집주인이 집 임대가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징안(静安)구의 한 부동산 중개인은 “과거 월 8500위안짜리 낡은 집도 임대로 올라오면 순식간에 나갔는데 지금은 6500위안까지 내려도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주택 임대료 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4개 1선 도시는 상대적으로 높은 임대료 가격을 유지했으나 4분기 들어 점차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중즈(中指)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50개 주요 도시의 평균 주택 임대료는 0.3% 하락했다. 춘절, 졸업 시즌 임대료가 일시적으로 상승하기는 했지만 4분기 들어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웨이팡(纬房)연구원, 베이커(贝壳)연구원 등의 주택 빅데이터 모니터링 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말 40개 주요 도시의 주택 임대료 지수는 100.06으로 2분기 말 대비 0.99% 하락했고 2022년 같은 기간 대비 0.66% 하락했다.
특히 1선 도시의 주택 임대료는 기대치를 밑돌면서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였다. 3분기 말 상하이의 주택 임대료는 전 분기 대비 2.1% 하락하면서 전년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베이징과 광저우의 경우, 전 분기 대비 각각 1.28%, 1.32% 하락 폭을 기록했다. 선전도 전 분기 대비 0.9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 집 임대료가 하락한 것은 연말 임대 수요 약화, 중고주택 매매 지연으로 인한 임대주택 공급 증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상하이 중원부동산 루원시(卢文曦)는 “중원부동산 모니터링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주택 임대료 하락폭은 지난해 같은 기간을 넘어섰다”면서 “매년 4분기는 임대 시장 비수기로 임대료 지수가 하락하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지만 2023년에는 감소 폭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1선 도시 주택 임대료가 하락한 근본적인 원인은 인구 이동으로 인한 수요 부족이며 임대료는 집값과도 관계가 있어 집값이 하락하면서 임대료도 자연스럽게 하락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국가통계국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11월 70개 중∙대도시 집값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가운데 1선 도시 신규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3% 하락했고 중고주택 가격은 1.4% 하락했다.
일부 분석가는 매물이 대거 쏟아지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잘 팔리지 않는 중고주택 집주인이 일시적으로 매매를 임대료 전환해 임대주택 매물이 증가, 가격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보장성 임대주택(保障性租赁住房)이 시장에 집중 진입해 임대주택 공급이 증가한 점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상하이의 경우, 2017년부터 임대주택 부지 분양을 시작해 현재까지 건축 면적 1900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222개 동의 25만 채가 임대주택으로 공급됐다. 이중 대부분이 좋은 위치와 합리적인 가격이 돋보이는 보장성 임대주택으로 개인 소유 주택, 중고주택에 비해 임대인들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루원시는 “올해 상하이의 보장성 임대주택과 인재 주택이 시장에 집중되어 많은 수요를 흡수했다”면서 “이로 인해 개인 집주인의 세입자가 더 크게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희 기자